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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16 18:50
[대청봉]수타사에서 만난 느림의 미학
 글쓴이 : 청운
조회 : 3   추천 : 0  

[대청봉]수타사에서 만난 느림의 미학

최영재 홍천주재 부장

코로나 이전 많은 일상생활, 산소길 걸으면서 생각이 나

사소한 것들이 행복한 추억, 건강관리·면역 관심 높아져

걷기운동 코스 앞으로 각광, 청정 강원의 가치 높아질 것


홍천 수타사 길을 걷는다. 마스크 속에 살며 산소(O2)가 부족해 진 시기에 수타사산소길에서 피톤치드를 듬뿍 들이켜본다. 비(非)코로나 시절,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많은 일이 지금 와 보니 행복했던 추억이 된 것 같다. 보건소 직원, 의료진, 식당 사장님 등 영세 자영업자, 대중교통 운전기사, 일상에서 마주한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늘 밝은 표정의 청소년들, 풋풋한 새내기 대학생들에게 낭만은 사라지고 딱딱한 화면 속 화상수업이 대체하고 있다니 측은한 마음이 든다.


수타사에 머물며 잠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빠르게만 달려온 것은 아닐까. 국제통화기금, 경제협력개발기구, 한국은행 등 대부분의 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현상 유지만 해도 괜찮은 시기라는 의미다. 여행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수타사 농촌테마공원부터 산소길을 돌아오며 마음 급하게 달리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시끌시끌한 단체 여행객은 사라졌고 모두가 조용한 휴식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다.

코로나 시대 건강관리와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감염병이 건강하고 지병이 없는 사람에게는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에게는 급속도로 병세를 악화시켜 생명을 위협한다고 하니 걷기운동 코스는 앞으로 당분간 꾸준히 각광받을 것이다. 특히 강원도에는 거리를 두고 각자의 숨을 쉬며 충분한 걷기운동을 할 수 있는 청정 힐링 여행지가 많아 앞으로 그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상은 양면적이다. 만약 이곳에 수학여행팀들이 가득 있었다면 어땠을까. 오늘처럼 조용한 쉼을 위해 찾아온 많은 분들은 발길을 돌리게 된다.

천년고찰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708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건 당시는 일월사(日月寺)라고 했고, 조선 선조 2년(1569년)에 지금의 자리인 공작산으로 옮기며 수타사(水墮寺)로 이름이 바뀌었다. 동종과 월인석보 등 보물을 비롯해 수타사 산소길, 공작산 생태숲, 정희왕후 태실지 등을 갖추고 있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여행하기 좋은 걷기여행길'로 추천한 곳이다. 지난해 농촌테마공원이 개장하면서 걷기 코스에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더 많아졌음에도 입장료가 전혀 없는 '착한' 관광지다.

공작의 날개깃에 감싸여 있는 수타사와 산소길은 5㎞의 평탄한 구간으로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느끼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생태숲은 수국과 벌개미취, 두메부추, 연꽃 등 다양한 수목이 있는 자연교육장이다. 등산객들에게는 더 멀리 약수봉과 공작산을 등반하는 코스가 일품이다. 완만한 능선의 부드러운 곡선미로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른다. 여우고개부터 수타사 입구까지 승용차로 가는 길은 지역민들의 드라이브 코스다.

핀란드의 소도시 사본린나에서는 해마다 '휴대전화 던지기 대회'가 개최된다. 참가자들은 휴대전화와 함께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문화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던지며 쾌감을 느낀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핀란드 출신 레오는 인간이 때로는 휴대전화를 내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된 대회로 집에 방치된 스마트폰을 모아 재활용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전달하는 뜻깊은 행사라고 소개했다.

수타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민의 지친 몸과 마음, 상처를 보듬으며 마음속 스마트폰을 던질 수 있는 곳이었다. 앞으로 수타사의 전신인 일월사터의 유래를 되새기고 국민을 위한 명상·치유센터를 건립할 계획도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슬로우' 시대를 이끌어 갈 수타사의 조용한 발걸음을 응원한다.